몇 년간 관리직에 있다 보면,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이 점점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1:1 미팅보다는 숫자를 보는 쪽을 택하고, 잡담보다는 프로젝트 리뷰를 선호하며, 팀원의 불안을 듣기보다는 KPI를 밀어붙이고 싶어집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사람을 마주하는 것'을 비용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그 순간부터 관리자의 역량은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외국계 테크 업계에서 20년 넘게 매니저로 일하며 이 감정을 수없이 겪어왔습니다. 방심하면 바로 이 상태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정반대의 길을 걸어, 아마존에 거의 무너질 뻔한 리테일 기업을 되살린 리더가 있습니다.
프랑스인, Hubert Joly. Best Buy의 전 CEO입니다.
그는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아무도 믿지 않았던 턴어라운드를 이뤄냈습니다. 주가는 270% 상승했고, 대규모 해고 없이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CEO 인턴'이라고 적힌 폴로 셔츠를 입고 현장 직원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지다

2012년 Hubert Joly가 Best Buy의 CEO로 취임했을 때, 회사는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이미 가전제품 소매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고, Circuit City, CompUSA, RadioShack 같은 경쟁사들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월스트리트와 언론은 Best Buy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Joly의 동료 경영진들조차 "미친 짓이다. 그 회사는 망할 거야. 네 커리어의 종말이 될 거야"라며 그를 말리려 했습니다.
평범한 CEO라면, 이후의 시나리오는 정해져 있습니다. 전략 컨설턴트에게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투자자 설명회를 시작하며, 매일 이사회를 소집합니다. 긴급한 숫자를 움켜쥐고 긴급한 결정을 쏟아냅니다.
Joly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Best Buy 매장에 잠입했습니다.
'CEO 인턴'이라고 적힌 파란색 폴로 셔츠를 입고, 평범한 신입 연수생으로 매장에 섰습니다. 50대의 나이에, 전 McKinsey 컨설턴트이자 전 Carlson CEO였던 그가 전자제품 매장의 신입 연수생인 척 현장에 섞여든 것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현장 판매 직원에게 세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여기서 잘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세 번째 질문에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처음 두 질문은 컨설턴트가 하는 현장 인터뷰와 비슷합니다.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질문이죠. 하지만 세 번째 질문은 다릅니다.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CEO가 현장 판매 사원에게 이 말을 건넵니다. 이것이야말로 '사람 관리'의 핵심입니다.
제가 외국계 테크에서 매니저가 되어 팀을 20명에서 80명으로 키웠을 때, 그 3년 동안 수없이 깨달은 사실은 매니저의 역할이 현장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KPI를 설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현장이 움직이려 할 때, 그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들을 치워주는 것. 이것이 매니저의 진짜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시작됩니다.
많은 매니저가 이 질문을 하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매니저이고, 상대는 현장 직원입니다. 자신에게 답이 있고, 상대에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지시한다', '내가 결정한다'가 당연해집니다.
Joly는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하기 가장 쉬운 CEO의 자리에서 현장 판매 직원에게 고개 숙여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Best Buy의 모든 변화는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기업 CEO의 아름다운 일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내일의 1:1 미팅에서 그대로 써먹을 수 있는 관리 템플릿입니다.
많은 매니저가 1:1 미팅에서 묻습니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일정에 맞춰 숫자를 맞출 수 있나요?"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이는 모두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매니저의 자세는 위에서 진도를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Joly의 질문은 달랐습니다.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 한마디로 매니저의 자세가 바뀝니다. 관리하는 사람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Renew Blue' 계획을 투자자보다 먼저 현장 관리자 150명에게 공개하다

취임한 지 8주 만에 Joly는 턴어라운드 계획 'Renew Blue'를 발표했습니다.
이름 자체가 상징적입니다. 'Blue'는 Best Buy의 파란색 폴로 셔츠, 즉 현장 판매 직원을 의미합니다. 본사 경영진이나 주주가 아닌, 현장 직원을 되살리겠다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충격받은 것은 이 계획의 발표 과정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턴어라운드 계획을 투자자에게 먼저 발표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입니다.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발표 전에는 정보 공개가 철저히 통제되며, 회사 내에서는 경영진만 그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일반 직원들은 발표 당일에야 알게 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Joly는 이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그는 Renew Blue의 초안을 투자자에게 발표하기 전에 내부 관리자 150명에게 먼저 공개했습니다. 피드백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상장 기업의 CEO로서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었습니다. 공개되지 않은 턴어라운드 계획을 150명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투자자 발표 전까지 소수의 그룹만 알게 합니다.
하지만 Joly는 먼저 현장 관리자들을 신뢰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Joly가 150명을 신뢰했기 때문에, 150명도 Joly를 신뢰했습니다.
신뢰는 이런 구조를 통해서만 만들어집니다. '신뢰를 얻은 후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위임하세요. 먼저 신뢰하세요. 그래야 상대방이 비로소 신뢰로 보답합니다.
제가 예전 기사에서 이사미 곤도에 대해 쓴 문장이 있습니다. "능력은 일을 움직이고, 신뢰는 사람을 움직인다."
Joly가 한 일은 바로 이것을 실행한 것입니다. 사람 관리의 핵심은 신뢰의 선지불(prepayment)입니다. 이사미 곤도는 150년 전에 증명했고, Joly는 10년 전 다른 장소에서 다시 증명했습니다.
Human Magic—개인의 꿈과 조직의 목적을 연결하다

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Joly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가르치며 The Heart of Business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 책에서 그는 자신의 리더십 철학을 한 가지 키워드로 요약합니다.
"개인의 꿈을 조직의 목적과 일치시켜 인간의 마법(Human Magic)을 발휘하게 하라"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이것이야말로 현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많은 조직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조직은 조직의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매출 1,000억", "시장 점유율 30%", "업계 1위."
구성원들은 각자의 개인적인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 기술로 사회에 더 기여하고 싶다", "언젠가 독립하고 싶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 둘은 연결되지 않습니다. 조직의 목적은 조직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고, 개인의 꿈은 개인의 편의를 위해 별도로 존재합니다.
Joly가 'Human Magic'이라고 부른 것은 바로 여기에 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매니저는 개인의 꿈과 조직의 목적을 연결합니다.
제가 외국계 테크에서 20명에서 80명 규모의 팀을 이끌 때, 1:1 미팅에서 항상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3년 후에 당신은 어디에 있고 싶나요?"
하지만 모두가 바로 대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팀원은 처음에 "특별히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3년 후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월 1:1 미팅에서 같은 질문을 계속하자, 6개월 후 그는 "앞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그에게 점진적으로 일을 맡겼습니다. 영어 문서 검토, 해외 팀과의 미팅 참석,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부 책임. 엄청난 권한 위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눈앞의 업무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문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외 프로젝트에 다가가기 위한 훈련이 된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그의 움직임이 바뀌었습니다. 지시를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초과 근무 시간은 줄었지만,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6개월 후, 해외 팀과의 정기 미팅에서 그는 스스로 포인트를 정리하며 발언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영어가 걱정됩니다"라며 물러섰던 상황에서 앞으로 나섰습니다. 능력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닙니다. 업무의 의미가 바뀌었기에 행동이 바뀐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미래와 현재의 업무가 연결되는 순간 스스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Human Magic의 실행입니다.
Joly의 숫자도 같은 것을 증명합니다. Best Buy의 직원 몰입도는 Joly 취임 전에는 업계 최하위 수준이었습니다. 그가 물러날 때쯤에는 최상위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사람을 잘라서 숫자를 만들 것인가, 사람을 키워서 숫자를 만들 것인가
Joly가 한 일의 핵심은 여기에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는 19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에 대규모 해고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현장 판매 직원을 보호하고 그들의 역량을 끌어내면서, 물류, 계약, 운영 비효율을 줄였습니다.
즉, 그는 '사람을 잘라서 숫자를 만드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사람을 키워서 숫자를 만드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 차이는 표면적으로는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사람을 잘라서 숫자를 만드는' 경영 아래에서는 구성원들이 항상 두려워합니다. 자신이 다음에 잘릴 대상이 아닐까 생각하며 일합니다. 따라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따르고, 최소한의 일만 합니다.
'사람을 키워서 숫자를 만드는' 경영 아래에서는 구성원들이 다르게 움직입니다. 자신이 보호받고 있고, 자신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면, 사람들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현장의 낭비를 찾아냅니다.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옆 동료를 돕습니다.
Joly가 19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장 판매 직원들이 스스로 '비용을 어떻게 줄일까'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은 본사의 비용 절감 팀이 찾지 못하는 낭비를 매일 목격합니다. 그 현장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개선 속도는 즉시 비약적으로 빨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 관리가 최강의 효율'이라는 의미입니다.
1:1 미팅의 30분은 KPI 달성을 위한 30분이다
여기까지 읽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숫자를 보지 말라"거나 "비용을 줄이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Joly도 숫자를 봤습니다. 그는 19억 달러 비용 절감을 달성한 사람입니다. 매니저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수치 감각이 필요합니다.
저는 "1:1 미팅의 30분은 KPI 달성을 위한 30분" 이라고 믿습니다.
현대의 매니저들은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과 '숫자를 늘리는 시간'을 상충되는 두 가지 시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1 미팅 30분을 줄이면 그 시간을 KPI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생각의 함정입니다.
1:1 미팅에서 팀원이 "사실 이 업무에서 여기가 막혀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면, 그 순간 병목이 해소됩니다.
1:1 미팅에서 팀원의 3년 후 꿈을 알게 되면, 업무 배정이 즉시 최적화됩니다.
1:1 미팅에서 "나는 당신을 신뢰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팀원은 지시받은 것보다 3배 더 움직입니다.
KPI를 보기 위해 1:1 미팅 30분을 줄이는 매니저는 숫자 뒤에 숨은 진짜 병목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Joly도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청취했습니다.
AI 시대에는 이 사실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AI를 활용하면 숫자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이상치를 찾고,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은 점점 더 가벼워질 것입니다. 그때 매니저의 가치는 더 이상 '숫자를 가지고 있다'는 데 있지 않을 것입니다.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지로 그 가치가 이동할 것입니다.
숫자만 바라보는 매니저의 가치는 AI 시대에 하락할 것입니다.
하지만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꿈, 불안, 막힌 부분, 잠재력을 보고 그것을 조직의 목적과 연결할 수 있는 매니저의 가치는 상승할 것입니다.
AI 시대에 남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매니저입니다.
사실 저는 외국계 테크 최전선에서 사람 관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AI 시대에는 사람이야말로 기업이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Hubert Joly가 2012년에 증명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효율과 규모로 소매를 바꾼 아마존이라는 상대에게, 그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아날로그 무기로 맞섰습니다.
지금, 당신은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을 비용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일의 1:1 미팅에서 팀원들에게 이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세요.
"여기서 잘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한꺼번에 다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막 질문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진지하게 던질 수 있느냐가 매니저의 자세를 바꿉니다.
그것이 사람으로부터 시작하는 경영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