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File] The Lottery Bought with Your Phone Bill

@JhonbermanS4
한국어2026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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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R

SK Telecom's strategic $100M investment in Anthropic has grown to 4 trillion KRW, fueling a pivot toward AI data centers. This analysis explores the 'circular economy' of AI infrastructure and the significant risks ahead.

한 줄 요약 네 개

  1. 작년에 해킹당해서 대표까지 잘린 회사가 5만원에서 14만원 찍고 다시 8만원대다.
  1. 통신이 잘돼서가 아니야. 2023년에 조용히 던져둔 1,321억이 4조가 됐거든
  1. SK텔레콤 시가총액 다섯 중 하나는 통신이 아니라 남의 회사 지분이다
  1. 니 통신비가 실리콘밸리 한 바퀴 돌아서 SKT 데이터센터 손님으로 돌아온다
  1. 5만원에서 14만원까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작년 SK텔레콤은 그냥 지옥이었어.

유심 정보가 털렸고, 대리점 앞에 오픈런이 섰지. 새벽부터 줄 서서 유심 바꾸는 사진이 며칠씩 뉴스에 떴잖아.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끌려나가 고개를 숙였고, 결국 4년 넘게 회사를 이끌던 사람이 그 책임으로 옷을 벗었어. 주가는 5만원대 중반. 배당도 못 주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고.

근데 지금 8만8천원이야. 그 사이에 13만9,500원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온 거고. 5만원대에서 시작해서 14만원 찍고 지금 8만8천원, 1년 만에 이 정도로 흔들렸어.

가입자가 갑자기 늘어서? 아니야. 몇 십만 명 더 붙었다고 시가총액이 6조씩이나 붙지는 않아. 요금제 잘 팔려서? 그것도 아니야. 통신 시장은 몇 년째 자리 바꾸기 게임이거든.

진짜 이유는 2023년 8월에 있어.

그때 SKT가 미국의 어떤 신생 AI 회사에 1억 달러, 우리 돈 1,321억을 조용히 넣었거든. 회사 이름이 앤트로픽. 클로드 만드는 데야. 클로드 이제 다들 익숙하지?

그때만 해도 아무도 신경 안 썼어. 통신사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돈 넣는 거야 뭐 늘 하던 짓이었으니까.

그 1,321억이 지금 4조가 됐어. 대충 30배 주식 졸라 잘하노

이 글은 그 30배 얘기가 아니야. 그 30배 뒤에 뭐가 숨어 있는지에 대한 얘기지.

  1. 1,321억이 4조가 되는 동안

숫자 하나만 먼저 보고 가자.

2026년 5월 28일, 앤트로픽이 새 투자를 받으면서 인정받은 회사값이 9,650억 달러야. 우리 돈으로 1,400조가 넘어. 삼성전자 시총이랑 비슷한 급이라고 보면 감이 올 거고. 3개월 전엔 3,800억 달러였어. 3개월 만에 두 배 반이 뛴 거지. 이 라운드에서 오픈AI를 처음으로 제쳤어.

여기서 웃긴 게 하나 있어.

SKT가 2023년에 산 지분은 2%였어. 지금은 0.3% 수준이야.

지분이 왜 줄었냐. 팔아서가 아니야. 그 뒤로 구글이 들어오고 아마존이 들어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들어오면서 새 주식이 계속 찍혔거든. 새로 찍으면 원래 있던 주주 몫은 비율로 쪼그라들어. 이걸 어려운 말로 희석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피자 한 판을 넷이 나눠 먹기로 했다가 스무 명이 들어온 거야. 내 조각은 작아졌지.

근데 피자가 그 사이에 고척돔만해졌어.

지분율은 7분의 1 토막이 났는데 지분 가치는 30배가 됐다는 게 그 뜻이야. 회사값이 지분 쪼그라드는 속도보다 훨씬 미친 속도로 뛰었다는 거고.

그래서 지금 SKT가 들고 있는 0.3%가 대략 4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와.

여기서 하나 짚고 가자. 이 4조는 회사가 공시한 숫자가 아니야. 증권사들이 앤트로픽 최근 몸값에 SKT 지분율 곱해서 뽑은 계산값이지. 회사 장부에 실제로 적혀 있는 건 작년 말 기준 1조4천억 근처였어. 그러니까 4조는 "만약 지금 팔면 이 정도 받을 것 같다"는 추정이지 확정된 돈이 아니야. 이거 헷갈리면 안됀다?

  1. 통신사 간판 뒤에 벤처캐피탈이 하나 숨어 있다

SKT 시가총액이 18조 언저리야. 그중 4조가 앤트로픽 지분이지.

다섯 중 하나가 통신이 아니라 남의 회사 주식이라는 소리야.

4조를 빼면 14조가 남아. KT 시가총액이 13조대야.

그러니까 몇 달 전에 나왔던 "SKT 시총이 KT랑 LG유플러스 합친 것보다 크다"는 기사, 그거 통신 경쟁력 얘기가 아니었어. 통신 본체만 놓고 재면 SKT랑 KT는 그냥 비슷한 체급이야. 이긴 건 SKT가 아니라 SKT 지갑 속에 들어있던 앤트로픽 지분이었고.

그리고 이게 우연히 걸린 것도 아니야.

SKT는 케이만제도에 아틀라스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 법인을 세워놨어. 미국 델라웨어에는 아스트라AI인프라라는 껍데기 회사를 하나 더 깔아놨고. 여기 통해서 퍼플렉시티, 펭귄솔루션스에 돈을 넣었지. SK텔레콤 아메리카라는 법인으로는 투게더AI, 삼바노바, 트웰브랩스에 들어갔어. 국내로도 스캐터랩, 마키나락스, 코난테크놀로지.

케이만제도, 델라웨어. 이름만 들어도 뭔지 알지. 세금이랑 규제 편한 데다 통로를 여러 개 파놓은 거야.

공시 기준으로 작년 SKT의 AI 관련 투자 자산이 2조 남짓인데, 그중 68%가 앤트로픽 한 방이야. 나머지 다 합친 것보다 하나가 두 배 이상 큰 거지.

정리하면 이래. SKT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통신사 간판 달고 벤처투자하는 회사였어. 아무도 그렇게 안 봤을 뿐이고. 한 방이 30배로 터지기 전까지는.

그리고 원래 벤처투자는 그런 거잖아. 열 개 넣어서 아홉 개 죽고 하나 살아남는 게임. 문제는 SKT가 그 게임을 하는 회사라는 걸 시장이 뒤늦게 알아챘고, 지금 그 프리미엄을 주가에 얹고 있다는 거야.

  1. 돈이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기가 이 글 쓰는 이유야. 앞에 건 다 밑밥이었어.

시간순으로 깔아볼게. 천천히 따라와.

2023년 8월. SKT가 앤트로픽에 1억 달러를 넣어. 지분 2%. 여기까진 평범한 투자야.

2026년 5월. 앤트로픽이 650억 달러를 새로 조달하는데, 이 라운드에 SKT가 또 들어가. 이미 30배 벌었으니 좀 팔고 나올 법도 한데 안 팔았어. 오히려 더 넣었지. 그리고 같은 라운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같이 들어와.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메모리 만드는 세 회사가 한 AI 회사 주주로 동시에 들어간 거야. 이거 흔한 일 아니야.

그리고 두 달 뒤. 2026년 7월 24일, 샌프란시스코.

SK텔레콤과 앤트로픽이 문서에 도장을 찍어. 내용이 뭐냐면, 앤트로픽이 SKT가 한국에 짓는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거야. 얼마나 쓸지, 어떤 방식으로 들어올지는 앞으로 협의하기로 했고.

자, 이제 구조를 보자.

SKT가 돈 넣은 회사가 4조짜리가 됐다고 계속 얘기했지? 그리고 그 회사가 이제 SKT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는 손님으로 들어와. 같은 라운드에 돈 넣은 삼성이랑 하이닉스는, 앤트로픽이 그 돈으로 사갈 메모리를 만들어 팔고.

돈이 원을 그려. 한 바퀴 돌 때마다 그 원 위에 있는 모든 회사의 장부가 두꺼워져.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지? 미국에서 몇 달째 싸우고 있는 그 구조야.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고, 오픈AI가 그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사고, 그래서 엔비디아 매출이 늘고, 그래서 엔비디아 주가가 오르고. 이걸 두고 한쪽은 생태계라 부르고 다른 쪽은 폭탄 돌리기라고 불러.

한국판이 조용히 하나 더 생긴 거야. 근데 아무도 이 얘길 끝까지 안 해. 다들 "SKT가 앤트로픽으로 대박났다"까지만 하고 끊거든.

오해는 하지 마. 나는 이 구조가 사기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뭐 이것도 신용창출의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거든

진짜 수요가 있으면 이건 그냥 똑똑한 편 먹기야. 서로 이해관계 묶어놓고 같이 크는 거고, 실제로 AI 인프라 판에선 이게 표준이 돼가고 있어. 손님을 미리 주주로 만들어두면 계약 따내기가 훨씬 쉽거든.

근데 수요가 부풀려진 거면? 그냥 서로 값 올려주는 품앗이가 되는 거야. 내가 니 회사 사주고 니가 내 물건 사주고, 그래서 둘 다 매출이 늘어 보이고, 그래서 둘 다 주가가 오르고.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그 둘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거지.

진짜 손님인지 서로 등 긁어주는 사이인지는 계약서에 숫자가 찍혀야 알아. 그런데 아직 도장 찍은 건 "같이 잘해보자"까지야. 몇 기가와트를 몇 년간 얼마에 쓰겠다는 숫자가 나와야 이 원이 진짜인지 알 수 있어.

그날이 이 종목의 진짜 분기점이야.

  1. 그래서 데이터센터로 돈은 벌고 있냐

여기서 찬물 좀 끼얹어야 맞다.

올해 2분기 SKT의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1,362억원이야. 1년 전보다 92.5% 늘었어. 거의 두 배지. 성장률만 보면 진짜 훌륭해.

근데 같은 분기 SKT 전체 매출이 4조3,591억원이야.

계산해봐. AI 데이터센터가 전체의 3% 좀 넘어. 여기에 에이닷이니 AI 클라우드니 AI 고객센터니 하는 거 싹 다 긁어모아도 4.5%야.

나머지 95%는 니가 매달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그 돈이고.

SK그룹이 발표한 청사진은 15기가와트야. 이 숫자 감이 안 오지.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대략 1기가와트 좀 넘게 뽑아. 그러니까 원전 열몇 기 분량의 전기를 데이터센터 하나로 빨아들이겠다는 계획이야. 돈으로 치면 조 단위가 아니라 백조 단위 얘기고.

그럼 SKT가 올해 여기 실제로 집어넣는 돈은 얼마냐.

3,300억원이야.

데이터센터 전담 회사로 SK하이퍼라는 걸 새로 만들었는데, 여기 넣기로 한 총액이 7,500억이고 그것도 2030년까지 나눠서 낼 거거든. 올해 몫이 3,300억이라는 소리지.

백조원짜리 그림 그려놓고 올해 실제로 꺼낸 돈은 3,300억이야. 무슨 뜻이냐면, 회사가 아직 발끝만 담갔다는 거야.

이거 자체는 욕할 일이 아니야. 오히려 이 회사 꽤 신중하게 하고 있는 거거든. 손님 먼저 확보하고 그다음에 짓겠다는 순서니까. 네이버는 반대로 돈부터 확정 짓고 삽부터 뜨는 방식을 골랐고. 어느 쪽이 맞는지는 3년쯤 뒤에 봐야 알아. 네이버 판단 ㅁㅌㅊ?

내가 하려는 말은 이거야.

회사가 실제로 거는 돈보다 주가에 반영된 기대가 한참 앞서 있어. 회사는 발끝만 담갔는데 주가는 이미 다 뛰어든 걸로 계산 중이라고.

그리고 하나 더. 이 구조에서 SKT가 실제로 먹는 몫이 얼마냐는 것도 아직 안 풀린 문제야. 위험을 잘게 쪼개서 여러 파트너한테 나눠주는 방식을 택했거든. 위험이 줄어드는 만큼 먹는 것도 줄어. 사업이 대박나도 SKT 몫은 생각보다 얇을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거고.

  1. 진짜 병목은 GPU가 아니라 전기다

데이터센터 얘기하면 다들 GPU 몇 장이니 하는 얘기부터 하는데, 지금 진짜 목을 죄고 있는 건 전기야.

숫자 하나만 보자. 올해 상반기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실률이 1.1%야. 작년 하반기엔 6.9%였고. 반년 만에 사실상 만실이 된 거지. 용량은 10% 늘었는데 공실은 오히려 급락했어. 짓는 속도보다 들어오려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뜻이야.

왜 못 짓냐. 땅이 없어서가 아니야. 전기를 못 끌어와서야.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데이터센터까지 가져오려면 송전선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안 깔려. 국가 전력 계획에 들어간 송전망 사업 54개 중에 20개가 주민 반대랑 인허가 지연으로 밀려 있어. 우리 동네에 송전탑 못 세운다는 거지. 심정은 이해가 가고, 그래서 더 안 풀려.

그래서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 이거야. 예전엔 입지랑 임차인 싸움이었는데 이제는 전기 확보 시점이 사업 일정을 좌우한다고.

SKT의 15기가와트 계획에서도 이 부분이 제일 비어 있어. 전력망 어디에 붙일지, 장기 계약을 누구랑 할지, 비용은 누가 댈지가 전부 검토 중이야. 데이터센터에서 제일 큰 비용 항목이 전기값인데, 그 항목이 빈칸인 채로 청사진이 먼저 나온 셈이지.

근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어.

전기가 병목이면, 이미 전기가 붙어 있는 자산은 값이 오르거든.

울산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가 그래. 여기는 울산GPS랑 SK멀티유틸리티라는 두 발전사에서 전기를 끌어와. 둘 다 SK 계열이야. 그러니까 SK는 전기 만드는 회사랑 전기 쓰는 회사를 한 집안에 다 갖고 있는 거지.

이 데이터센터 지분 팔 때 해외 투자사 일부가 데이터센터만 말고 발전사 지분까지 묶어서 사고 싶다고 했대.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면서 그 전기 대주는 회사를 남이 갖고 있으면 불안하다는 거야. 목줄을 남이 쥐고 있는 셈이니까.

이게 SKT의 진짜 해자일 수 있어. AI 어쩌고 하는 것보다 훨씬 실체 있는 강점이지. 근데 아무도 이 얘긴 안 해. 재미가 없거든.

참고로 그 지분 매각, 결국 KKR이라는 미국 사모펀드가 우선협상자가 됐고 나머지 절반쯤을 국내 운용사들이 나눠 갖는 구조로 정리됐어. 원래는 KKR한테 다 넘기는 것도 검토했는데, AI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략자산으로 취급되는 판에 통째로 외국계 펀드한테 넘기는 게 부담스러웠던 거야.

이거 되게 의미심장한 대목이야. AI 데이터센터가 이제 그냥 부동산이 아니라 정치적 자산이 됐다는 신호거든? 앞으로 이 판에서 벌어질 일들, 순수 경제 논리로만 안 돌아갈 거라는 뜻이기도 하고. 뭔말인지 알아먹겠제?

  1. 판사가 왜 통신사 사장을 하고 있냐

작년 10월, SKT에 새 대표가 왔어. 정재헌.

이력이 좀 특이해. 1968년생, 마산고 나와서 서울대 법대 갔고 사법시험 붙어서 판사 했어. 20년 했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엔 최순실 태블릿PC 사건 항소심을 맡기도 했고.

SKT 창사 이래 첫 법조인 출신 대표야.

2020년에 SKT 법무 책임자로 들어왔고, 2021년 SK스퀘어 만들 때 창립 멤버로 가서 투자 쪽 총괄을 맡았어. 사실상 재무 책임자 역할이었지. 그러다 작년에 유심 사태가 터지면서 전임 대표가 물러났고, 그 자리에 앉았어.

여기까지 보면 그림이 뻔하잖아. 사고 친 회사에 판사 출신 앉혀서 소송이랑 규제 정리하고 조용히 신뢰 회복하라는 인선. 리스크 관리형 사장.

근데 이 양반이 취임하고 던진 첫 메시지가 뭐였냐면, 통신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거였어.

그리고 지금은 정부랑 민간이 같이 하는 AI 데이터센터 국가 프로젝트에서 민간 측 공동의장까지 맡고 있어. 회사 조직도 통신이랑 AI 두 개로 아예 쪼개버렸고.

수습하라고 앉혀놨더니 제일 크게 그림 그리고 있는 거야.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냐. 두 갈래로 볼 수 있어.

좋게 보면, 이 사람이 SK스퀘어에서 투자를 총괄했던 사람이라는 게 핵심이야. 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라는 거지. 법조인 출신이라 계약서랑 규제 리스크에 예민한 것도 지금처럼 정부 프로젝트에 깊게 엮이는 상황에선 오히려 무기고.

삐딱하게 보면, 통신 사업을 20년 굴려본 적 없는 사람이 통신 회사 대표를 하고 있다는 거야. 지금 SKT 매출의 95프로가 나오는 그 사업 말이야. AI 데이터센터는 아직 3프로고. 3프로짜리 신사업에 최적화된 사람을 95프로 사업의 수장으로 앉힌 셈이지.

물론 통신은 어차피 성장이 멈춘 판이니 관리만 하면 된다고 볼 수도 있어. 근데 그 관리가 쉬웠으면 작년에 유심이 안 털렸겠지.

  1. 하필 지금, 판이 흔들리고 있다

타이밍이 진짜 얄궂어.

올해 7월, 코스피가 한 달 만에 22% 빠졌어. SKT는 더 맞았고. 13만원대에서 8만원대까지 밀렸거든.

시장이 너무 급하게 빠지면 거래를 강제로 멈추는 장치가 있는데, 그게 올해만 여러 번 걸렸어. 7월 말엔 이틀 연속으로 걸리기도 했고.

왜 이렇게 됐냐. 반도체주에 몰빵된 레버리지 상품들이 무너진 게 방아쇠였는데, 진짜 이유는 그 밑에 있어.

시장이 던지는 질문이 바뀌었거든.

작년까진 "이번 분기 실적 좋냐"였어. 지금은 "이 AI 투자가 앞으로도 지금 속도로 계속될 수 있냐"야.

SK하이닉스가 이익이 크게 늘었는데도 기대에 못 미쳤다고 주가가 처박힌 게 그 증거야. 실적이 나빠서 빠진 게 아니라, 좋은데도 빠졌어. 시장이 이제 실적을 안 보고 지속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지.

이 질문, 정확히 SKT 데이터센터 스토리의 심장을 겨누고 있어.

여기에 하나 더 겹쳐.

앤트로픽이 6월 1일에 상장 서류 초안을 미국 증권당국에 비공개로 냈어. 빠르면 10월에 상장할 거라는 얘기가 돌고, 주관사는 모건스탠리랑 골드만삭스야. 참고로 오픈AI는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어.

이게 무슨 뜻이냐면, SKT 시가총액의 20%가 넘는 덩어리가 10월부터 매일 시장가로 값이 매겨진다는 거야.

지금은 비상장이라 "대충 4조 정도" 하고 편하게 얹어놓을 수 있어. 근데 상장하면 그 4조가 실시간으로 출렁이는 숫자가 돼. 위로 터지면 대박이고, 삐끗하면 SKT 밸류에서 제일 먼저 깎여나가는 게 그 4조고.

그리고 SKT는 팔 생각도 없어 보여. 5월에 팔고 나올 기회가 있었는데 오히려 더 넣었잖아.

금리도 봐야 해. 한국은행이 7월 16일에 기준금리를 2.5%에서 2.75%로 올렸어. 3년 6개월 만의 인상이고, 금통위원 일곱 명 전원 찬성이었어. 물가가 두 달 연속 3%대로 올라온 게 컸지.

통신주는 원래 배당 보고 사는 종목이야. 은행 이자보다 배당이 나으니까 사는 건데, 금리가 오르면 그 계산이 흔들려. 작년까지 증권가에서 "금리 내려가면 통신주 재평가된다"는 논리로 목표가를 올렸었는데, 그 논리 절반은 이미 깨진 셈이야.

아, 그리고 유심 해킹 소송. 이거 아직 안 끝났어.

1만5천명 넘는 사람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놨고 진행 중이야. 회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때린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에 불복해서 취소 소송까지 냈고. 30만원 배상하라는 조정안도 거부했고, 10만원짜리도 거부했어.

지금은 비용이 안 잡혀. 근데 언젠가 판결이 나오면 그동안 미뤄둔 게 한꺼번에 몰려서 처리돼. 그게 언제 터질지가 문제지 안 터질 문제는 아니라는 거야.

  1. 천국문과 지옥문

천국문

앤트로픽이 10월에 상장하고 값이 더 뛴다. SKT 지갑 속 4조가 6조가 되고 8조가 돼. 지분 가치가 매일 눈에 보이는 숫자로 찍히니까 오히려 시장이 더 편하게 값을 매기기 시작하고.

동시에 앤트로픽이 SKT 데이터센터에 진짜 계약서를 쓴다. 몇 기가와트를 몇 년간 쓰겠다는 숫자가 공시로 뜨는 순간, 데이터센터는 청사진이 아니라 매출이 돼. 그때부턴 통신주 잣대가 아니라 인프라 회사 잣대가 붙지. 매년 꼬박꼬박 임대료 받는 사업이니까 값을 후하게 쳐주거든.

전기 문제도 SK한테는 오히려 기회로 뒤집힐 수 있어. 남들이 전기 못 구해서 못 지을 때, 발전사를 계열로 갖고 있는 집은 지을 수 있잖아. 병목이 심할수록 병목을 뚫은 놈이 다 먹는 구조야.

통신 본업도 나쁘지 않아. 가입자가 다시 순증으로 돌아섰고, 배당도 두 분기 연속 주당 830원을 유지했어. 회사가 2026년까지는 조정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한테 돌려주겠다고 약속해놨고. 밑에서 받쳐주는 힘은 있다는 뜻이야.

증권사 목표가가 11만원에서 14만원 사이에 깔려 있어. 지금 8만8천원이니까 꽤 여유 있어 보이지.

근데 이건 국내 대형사 몇 곳만 뽑은 거고, 해외까지 다 합친 평균 목표가는 9만9천원이야. 지금 주가에서 12% 위. 최고 15만원 부른 데도 있고 5만5천원 부른 데도 있어.

같은 회사를 놓고 누구는 15만원이라 하고 누구는 5만5천원이라 해. 세 배 차이야. 이게 지금 SKT의 진짜 상태인거지. 아무도 이 회사 값을 못 정하고 있다는 거.

여기서 한 마디만 덧붙일게. 한국 증권사는 매도 리포트를 거의 안 써. 전체 집계로 보면 매도 의견이 네 개쯤 있긴 한데, 그것도 대부분 해외 쪽이야. 그래서 목표가가 다 위에 있는 건 당연한 거고, 그것 자체를 근거로 삼으면 안 돼. 국내랑 해외가 같은 회사를 이렇게 다르게 본다는 것도 알고는 있어라.

지옥문

첫 번째 시나리오. 앤트로픽 상장이 미뤄지거나, 상장하고 나서 빠진다.

4조가 2조가 되고 SKT 시총에서 그대로 증발해. 남는 건 성장 멈춘 통신 회사 하나고, KT랑 똑같은 값으로 되돌아가지. 그동안 올랐던 6조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면 어디로 갈지도 뻔하잖아.

두 번째. 상장은 잘됐는데 데이터센터 계약이 안 나온다.

"같이 잘해보자" 문서에서 몇 달째 진도가 안 나가. 전력 조달 비용을 뽑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비싸서 마진이 얇아져. 15기가와트가 5기가와트로 줄고, 5기가와트가 다시 1기가와트로 줄어. 이 바닥에서 청사진이 반토막 나는 거, 처음 보는 일도 아니잖아.

세 번째. 이게 제일 아플 수도 있어.

지금 이 순환 구조에서 SKT가 제일 약한 고리야.

삼성이랑 하이닉스는 앤트로픽이 흔들려도 메모리 팔 데가 남아. 엔비디아든 구글이든 사갈 놈이 줄을 섰거든. 근데 SKT가 짓는 데이터센터는 한국에 있어. 한국 데이터센터에 기가와트 단위로 들어올 손님이 몇이나 되냐. 손에 꼽아. 앵커 손님 하나가 빠지면 대체할 놈이 마땅치 않아.

원이 끊기면 제일 먼저 물이 고이는 자리가 여기라는 뜻이야.

네 번째. 금리가 한 번 더 오른다. 배당 매력이 또 깎이고, 배당 보고 들어온 돈이 빠져나가.

다섯 번째. 해킹 소송 판결이 하필 그때 나온다. 미뤄뒀던 비용이 한꺼번에 잡히고, 안 그래도 흔들리는 판에 악재가 하나 더 얹혀. 근데 난 뭐 이게 크다고 생각하지는ㅇ ㅏㄶ아

그리고 이 다섯 개가 따로 오지 않을 수도 있어. AI 판이 식으면 앤트로픽 밸류도 빠지고 데이터센터 계약도 밀리고 금리는 물가 때문에 못 내리고, 그 와중에 판결이 나오는 거지. 원래 악재는 몰려서 와.

지금 이 종목의 PER이 49배야. 같은 업종 평균이 28배고. 다만 이 숫자는 작년에 해킹 때문에 이익이 박살나서 생긴 착시라 그대로 믿으면 안 돼. 앞으로 1년 이익으로 계산하면 16배 정도로 내려와. 이건 통신주치고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애매~한 자리야.

애매한 자리라는 게 무슨 뜻이냐면, 지금 숫자만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거야. 15만원 부른 놈이랑 5만5천원 부른 놈이 같은 재무제표를 보고 있거든. 결국 스토리 싸움이야.

오늘도 역시 이 모든것은 존버맨의 뇌피셜이고 니 계좌는 니가 알아서해야겠지?

P.S. 1,321억 넣어서 4조 벌 거면 통신은 왜 하냐고? 그 1,321억을 니 통신비로 모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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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쓴 장문을 올릴 때 이미지, 표, 코드 블록을 𝕏에 맞게 정리하는 일은 번거롭습니다. YouMind는 전체 Markdown 초안을 깔끔하고 바로 게시할 수 있는 𝕏 글로 바꿔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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