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원하는 삶을 사는 4가지 방법

@_PALEBLUEEARTH
한국어2026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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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DR

이 글은 젊은 성인들이 미래의 성공을 기다리기보다 즉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네 가지 전략을 제시합니다. 일상 습관, 자기 허용, 우선순위 설정, 그리고 실험 정신을 강조합니다.

[광고] 20대의 나는 늘 오늘보다 내일을 더 많이 생각하며 살았다.

원하는 일을 하게 되면, 더 좋은 기회를 만나면, 돈을 조금 더 벌면, 내가 바라던 모습에 가까워지면.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뭔가를 이루기 전까지 조금 힘든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 하고 싶은 걸 미루는 것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것도, 지금의 삶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다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달라질 테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하나를 이뤄도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가 끝나면 다음 목표가 생겼고, 나는 또 그다음의 목표를 향해 달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진짜 나의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돌이켜보면 꿈을 꾼 시간도, 그걸 이루려고 애쓴 시간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이 있다.

원하는 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지금의 삶을 자꾸 ‘나중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시간’처럼 대했다는 것이다.

사실 20대에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바꾸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까. 커리어도, 돈도, 관계도, 나 자신도 전부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늘의 나보다 미래의 나에게 더 많은 걸 기대하게 된다.

문제는 그 기대가 길어질수록 정작 지금 살고 있는 삶이 계속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정말 내 진짜 인생은 그 꿈이 이뤄져야만 찾아오는 걸까?

최근 정지우 작가의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이 질문을 오래 곱씹었다.

이음 - inline image

이 책에는 행복을 거창한 미래에서 찾기보다 지금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오늘의 문제를 삶 전체의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마음, 더 나은 가능성을 끝없이 바라보다 지금의 삶을 놓치는 마음, 모든 조건을 갖춘 뒤에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마음에 대해서다.

읽다 보니 이상하게 책 속 이야기들이 내가 20대를 보내며 반복했던 고민과 겹쳐 보였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이 책을 바탕으로 내가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네 가지 이야기를 소개해보려 한다.

1. ‘무엇이 될까’보다 ‘어떤 하루를 살까’를 먼저 떠올려보자

예전에는 원하는 삶을 떠올리면 늘 먼저 ‘무엇이 되어 있을지’를 생각했다.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얼마를 벌고 있을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나도 20대 초반에는 남들이 보기에 멋진 직업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그 미래를 향해 꽤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 실제로 예전에 바라던 것과 비슷한 일을 해보게 됐고, 주변에서도 나를 꽤 괜찮게 봐주는 경험을 했다.

그런데 막상 꿈이 현실이 되니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분명 예전의 내가 원했던 모습에 가까워졌는데, 이상하게도 ‘드디어 내가 원하던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 처음 궁금해졌다.

**“나는 정말 이 직업을 원했던 걸까? 아니면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이 살 거라고 상상했던 삶을 원했던 걸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원하는 많은 것들이 그렇다.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싶은 마음도 정말 원하는 게 유명한 회사 이름이 적힌 명함 한 장뿐인 건 아닐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받고 싶고, 일하는 시간만큼은 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고, 퇴근한 뒤에는 오늘 하루를 괜찮게 보냈다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도 비슷하다.

사고 싶은 걸 살 때마다 가격부터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가끔은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곳에서 밥을 먹고, 가고 싶은 여행이 생겼을 때 돈 때문에 가장 먼저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삶.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건 그런 하루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꿈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이상하게 처음 그것을 원했던 이유는 흐려지고, 어느 순간 회사 이름이나 연봉, 직함처럼 눈에 보이는 조건만 또렷하게 남는다.

나도 그걸 꽤 늦게 알았다.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에는 “인간은 주어가 아니라 동사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저자는 오늘 글을 쓴 사람은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오늘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이름이나 직업 같은 것은 결국 우리가 한 행동 뒤에 붙는 ‘팻말’에 가깝고, 사람은 오늘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특히 책에서 “오늘 하고 있는 것이 내가 된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오래 맴돌았다.

우리는 흔히 작가가 된 뒤에 글 쓰는 삶이 시작되고, 좋은 직업을 얻은 뒤에야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고, 성공한 뒤에야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순서가 반대일 수도 있다.

오늘 계속 글을 쓰면서 글 쓰는 사람이 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미래를 상상할 때 예전과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본다.

그 삶을 살게 된 나는 어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면 꼭 원하는 회사에 들어간 뒤에야 시작할 수 있는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오늘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거나, 더 잘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는 시간을 따로 만들 수 있다.

돈에 조금 덜 얽매이는 삶을 원한다면 큰 돈을 번 뒤만 목빠지게 기다릴 필요도 없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무심코 돈을 쓰기보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돈과 시간을 쓰는 선택부터 해볼 수 있다.

내 삶을 조금 더 내 뜻대로 살고 싶다면 모든 조건이 갖춰진 뒤가 아니라 오늘 저녁 한두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부터 내가 정해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미래에만 있다고 여겼던 삶이 의외로 지금의 하루에도 조금씩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물론 이것만으로 원하는 직업을 얻거나 갑자기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이루고 싶은 목표도 필요하고, 그 목표를 위해 해야 할 노력도 있다.

다만 그걸 이루기 전까지의 모든 시간을 ‘아직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시간’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꿈이 멀게 느껴질 때면 나는 요즘 두 가지를 따로 생각해본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이룬 나는 어떤 하루를 살고 싶은지.**

둘을 나눠서 생각하면 의외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인다.

2. 미래의 나에게만 허락한 것들을, 지금의 나에게도 하나쯤 허락해보자

20대 초반에 내가 입에 달고 살던 말버릇 하나가 있다.

“이 꿈이 이뤄지면 그때 해야지.”

이 일만 잘되면 마음 편히 쉬어야지. 돈을 좀 더 벌면 좋은 데 여행 가야지. 일이 안정되면 다른 것도 시작해야지.

그때는 이런 생각이 꽤 당연했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니까 좀 힘들어도 참고, 원하는 걸 이루고 나서 제대로 살면 된다고 여겼다.

문제는 그 ‘그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하나를 이루면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예전엔 취업이 전부였는데 취업하고 나니 이직을 하고 싶어졌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니 또 부족한 게 보였다.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의 「행복을 미루지 말 것」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모든 것을 다 갖출 때까지 행복을 미루다보면 나이 60에도 행복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목에서 좀 뜨끔했다.

나는 오랫동안 행복을 목표 달성 뒤에 따라오는 보상처럼 생각했으니까. 열심히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휴식, 성공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여유, 충분히 괜찮아진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자기만족처럼.

그런데 책의 이 문장이 특히 와닿았던 이유는, 사실 인간이 ‘모든 것을 갖추는 순간’이라는 게 거의 오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세에도 끝이 없고, 돈을 버는 일에도 끝이 없고, 경력에도 끝이 없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취업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더 좋은 커리어를 원하게 되고, 어느 정도 돈을 벌면 더 많은 경제적 여유를 원하게 된다. 지금 원하는 것을 얻으면 삶이 비로소 완성될 것 같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하면 또 다음 부족함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면 행복은 계속 한 칸씩 뒤로 밀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마음 편히 쉬는 데 정말 성공이 필요한가.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려면 일이 먼저 안정돼야 하나.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예쁜 옷을 입고, 오늘의 나를 조금 괜찮게 봐주는 데 왜 다른 조건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물론 정말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일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건 현실적인 이유로 미룬 게 아니었다. ‘나는 아직 그걸 누릴 단계가 아니야’라고 여겨서 미뤄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한 번 내가 자주 하는 문장을 적어보는 것도 좋다.

“○○하면 그때 ______ 해야지.”

그리고 한 번 물어본다. 정말 앞의 일이 이루어져야만 뒤의 일을 할 수 있는지.

이직해야만 운동할 수 있나. 돈을 많이 벌어야만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나. 성공해야만 지금의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나.

이렇게 떼어놓고 보면 사실 상관없는 것들이 꽤 많다.

20대에 원하는 삶을 산다는 건 미래의 나에게만 계속 넘겨두던 것들 중 하나쯤은 지금의 나도 가져도 된다는 뜻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이걸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오늘을 좋아할 수 있고, 더 성장하고 싶어 하면서도 지금의 나에게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을.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마음과 지금 행복한 마음은 굳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었다.

3. 다 가지려 하기보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것부터 골라보자

20대가 힘든 이유는 선택지가 적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일지도 모른다.

잘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잘 벌고 싶고, 커리어도 잘 쌓고 싶다. 좋은 사람도 만나고 싶고, 건강하고 싶고, 여행도 다니고 싶고, 내 시간도 충분했으면 좋겠다.

하나하나는 전혀 이상한 욕심이 아니다.

그런데 이걸 전부 한꺼번에 ‘내가 원하는 삶’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내가 원하는 삶이 현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아니라, 모든 영역이 최상인 가상의 인생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20대에는 특히 그런 비교를 하기 쉽다.

누군가를 보면 저런 일을 하고 싶고, 또 다른 사람을 보면 저런 연애를 하고 싶고, 다른 사람을 보면 저런 집과 여유가 부럽다.

여기서 함정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상적인 삶에는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수십 명의 가장 좋아 보이는 부분이 한꺼번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현실의 나는 한 명인데, 머릿속에서는 열 명의 베스트를 합친 사람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의 「무한한 가능성보다 한 걸음씩」에서 저자는 조금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무한한 가능성에 사로잡히면 사람은 그 무엇에도 만족할 수 없게 된다.”

처음에는 이 말이 좀 답답하게 들렸다. 20대라면 오히려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읽으면 저자가 말하는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의미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다른 꿈을 가졌다면, 다른 부모 밑에 태어났다면,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오늘은 전혀 다른 오늘이 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가능성을 계속 현재의 삶 옆에 세워두면, 지금의 삶은 언제나 ‘더 좋을 수도 있었던 삶’과 비교당하게 된다.

책에서는 그래서 삶을 사랑하려면 어느 순간 가능성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을 꿈을 작게 가지라는 뜻이라기보다 내가 좋은 삶이라고 인정하기 위한 조건을 끝없이 늘리지 말라는 뜻에 가깝게 들렸다.

다른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지 계속 상상할 수는 있다. 다른 전공을 골랐더라면,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다른 회사에 갔더라면,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마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가지 않은 길은 계속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삶을 동시에 살아볼 수는 없다.

결국 어느 순간에는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을 내 삶에 남길지 골라야 한다.

나도 여러 선택을 거치면서 그 기준을 조금씩 알게 됐다.

예전에는 ‘남들이 봐도 괜찮은 선택인가’를 많이 생각했다. 이름 있는 회사인지, 안정적인 길인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했을 때 그럴듯하게 들리는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그렇게 선택하다 보면 분명 괜찮은 길을 가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내 삶 같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다른 질문을 한다.

이 선택을 한 뒤에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이 기준이 생기고 나니 갖고 싶은 건 여전히 많아도,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과 없어도 괜찮은 것을 조금씩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모든 가능성을 가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떤 것을 잃었을 때 내가 가장 아쉬울지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하는 삶’을 생각할 때는 갖고 싶은 조건을 전부 적기보다 이런 질문을 먼저 해보는 편이 좋다.

“내가 정말 나답게 잘 살고 있다고 느끼려면, 어떤 것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을까?”

내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혼자 몰입할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도 있고, 경제적으로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사람도 있고, 몸과 마음을 돌볼 여유를 잃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고르는 게 아니다.

그게 없어졌을 때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이건 내가 원했던 삶이 아닌데’라고 느낄 것 같은 것을 찾는 것이다.

책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로 뛰어드는 대신 “한 걸음씩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가능성들을 실험해보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문장이 좋은 건 가능성을 모두 포기하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게 중요한 것을 기준으로 삼고, 그 안에서 삶을 조금 더 나은 쪽으로 움직여보라는 이야기다.

어쩌면 20대에 원하는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도 모든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여러 가능성을 지나오면서 나는 무엇이 있어야 나답게 살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 같다.

4. 정답을 한 번에 고르려 하지 말고, 일단 해보고 고쳐 나가자

나는 대학을 6년 다녔다. 전공도 했고, 복수전공도 공부 했다.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결국 그 둘과 전혀 다른 분야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다. 이미 늦었다는 말도 들었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인데 굳이 왜 다시 시작하느냐는 말도 들었다.

무엇보다 두려웠던 건 내가 그동안 해온 선택이 전부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일이었다. 새로운 길에서도 실패하면 결국 다시 원하지 않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결국 그 길이 정답이었느냐가 아니었다.

그때 처음으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기준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봤다는 것이다.

그 경험이 이후의 선택들을 바꿨다. 그리고 그후 여러 번 인생의 방향을 바꿔보면서 알게 됐다.

나는 처음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진짜 나’를 먼저 발견하고, 거기에 딱 맞는 길을 고른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직접 선택해보고, 그 삶을 살아보고, 맞으면 조금 더 가보고, 아니면 다시 방향을 바꾸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삶에서는 오래 버티기 힘든지를 알아갔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의 두 가지 이야기가 특히 연결돼 보였다.

하나는 저자가 「오늘의 문제는 오늘의 문제로」에서 한 말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오늘’의 문제를 ‘삶 전체’의 문제로 돌리곤 한다.”

20대에는 특히 한 번의 선택이 잘못됐을 때 그걸 너무 쉽게 내 인생 전체에 대한 판정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취업이 잘 안되면 ‘내 커리어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하고, 한 번 방향을 바꾸면 ‘지금까지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새로운 길을 선택할 때 비슷했다.

한 선택이 실패하면 그것은 단순히 ‘이 방법은 나와 맞지 않았다’는 정보가 아니라 ‘내가 내린 선택 자체가 틀렸고, 나는 결국 잘못된 길을 걸었다’는 결론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선택 하나가 잘못됐다고 삶 전체까지 잘못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직접 해본 덕분에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하나 더 알게 됐다.

그리고 책의 「무한한 가능성보다 한 걸음씩」에서 저자는 무한한 가능성에 뛰어드는 대신 “한 걸음씩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가능성들을 실험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나는 여기서 ‘실험’이라는 말이 좋았다.

실험에는 처음부터 정답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없으니까.

20대에는 선택 하나가 너무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회사를 선택하면 앞으로의 커리어가 결정될 것 같고, 지금 이 길을 포기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고, 한 번 잘못 고르면 몇 년을 통째로 잃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대부분의 선택은 바꿀 수 없는 답안지가 아니었다.

해보고 아니면 바꿀 수 있었고, 다른 길로 갔다고 해서 그전의 시간이 전부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돌이켜보면 그런 선택을 내려봤기 때문에, 다음에는 무엇이 나와 맞지 않는지 조금 더 빨리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머릿속에서 완벽한 답을 만들려고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작은 것부터 직접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퇴근 후 한 시간을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에 써보고, 궁금했던 분야를 하루에 10분 정도 공부해보고, 내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삶이 나와 맞는지, 혼자 있는 시간이 충분해야 편한 사람인지도 다양한 환경속에 나를 넣어가며 새로운 나를 만나볼 수도 있다.

그렇게 하나씩 살아보다 보면 내가 원하는 삶도 점점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결국 원하는 삶은 한 번에 발견하는 정답이라기보다, 살아보면서 맞지 않는 것을 지우고 나에게 맞는 것을 남겨가는 과정이었다.

예전에는 20대를 잘 보낸다는 게 남들보다 조금 빨리 원하는 곳에 도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딱 맞는 일을 빨리 찾고, 원하는 걸 빨리 알아내고, 되도록 시행착오 없이 내 자리를 만드는 것.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20대를 보내며 여러 선택을 해보고, 원했던 걸 가져도 보고, 사실은 그게 내가 원했던게 아니었음을 깨닫고 다시 방향을 바꿔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20대에는 원하는 삶의 정답을 빨리 알아내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하루를 살 때 가장 나다운지를 알아가는 일

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미래만 바라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늘을 직접 살아봐야 알 수 있었다.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에는 행복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불행에만 몰두하지 않는 법을 익혀왔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단순히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처럼 읽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좋은 삶을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부족한 것이 있다는 이유로 삶 전체를 부족한 것으로 만들어버리지 않는 힘을 갖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꿈을 이룬 뒤에 하고 싶던 일을 하나 먼저 해보고, 자꾸 나중으로 미루던 행복을 조금 당겨와보고, 남들이 원하는 것 말고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걸 골라보고, 틀릴 수도 있다는 걸 감수하며 작은 선택을 해보는 것.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뒤늦게 알게 된다.

원하는 삶은 어느 날 완성된 모습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오늘을 선택했던 순간들 사이에서 이미 조금씩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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