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왜곡이 애초에 없는 게 가장 좋다.
20대 때 나는 일에서 실수하거나 상사에게 지적받으면 언제나 스스로를 '나약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왜 나는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자꾸 넘어지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구체적으로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노력이 부족한 거야"라고 믿으며 악물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같은 곳에서 넘어지고, 같은 방식으로 자책하고, 다시 열심히 시도했다. 나는 그런 루프에 갇혀 있었다.
전환점이 된 것은 '인지 왜곡'이라는 생각 습관을 알게 된 것이었다.
인지 왜곡이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에 편향이 생기는 마음의 습관이다. 그 결과 실제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만 탓을 받고 있다고 느끼거나,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편견이나 비합리성, 비현실적인 가정에 사로잡히면 심한 스트레스와 대인관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인지 왜곡에는 크게 10가지 유형이 있으니, 가볍게 한번 훑어보자.
1. 전부 아니면 전무 사고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만 본다. 흑과 백, 완벽하거나 완전한 실패로만 판단한다. 예: "100점을 못 받았으니 완전한 실패야."
2. 과일반화
단 한 번의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단정한다. 예: "이번에 실패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거야."
3. 정신적 여과
부정적인 측면 하나에만 집중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무시한다. 예: 발표의 90%는 성공했는데 실수 하나만 걱정하는 경우.
4. 긍정 지우기
좋은 일을 어떤 이유로든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린다. 예: "칭찬해 줬지만 그냥 예의상 그런 거겠지."
5. 성급한 결론 내리기
근거도 없이 비관적인 결론을 내린다. '마음 읽기'(상대가 나를 나쁘게 생각한다고 단정함)와 '미래 예언'(나쁜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함)이 여기에 포함된다.
6. 확대와 축소
자신의 실패나 타인의 성공은 과장하고, 자신의 성공이나 타인의 실패는 과소평가한다.
7. 감정적 추론
감정을 근거로 현실을 판단한다. 예: "불안하게 느껴지니 내 인생은 가치 없는 거야."
8. '~해야 한다'는 사고
'~해야 한다' 또는 '~여야 한다'로 자신이나 타인에게 엄격한 규칙을 강요한다. 그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죄책감이나 분노를 느낀다.
9. 낙인찍기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자신이나 타인에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인다. 예: 실수 하나 하고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경우.
10. 자기 탓하기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까지 책임진다. 예: "팀이 실패한 건 나 때문이야"(사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도).
이 10가지 유형을 알고 나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나는 바로 이렇게 행동해 왔구나."
특히 1번 '전부 아니면 전무 사고'와 10번 '자기 탓하기'가 나에게는 너무나 와닿았다. 실수 하나로 "모든 게 망했어"라고 생각하고, 팀의 문제까지 전부 내 탓으로 여겼다.
하지만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머리로는 인지 왜곡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우울해진 뒤였다. 그 생각에 삼켜지기 전에 내 생각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매일 아침 10분씩 '모닝 페이지(Morning Pages)'다.
https://x.com/tsumugi_utatabi/status/2011762151623704610



아침에 일어나면 10분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간다.
모닝 페이지의 효과로는 생각과 감정의 정리, 마음의 디톡스, 스트레스 완화, 자존감 향상, 창의성과 집중력 향상 등이 꼽힌다.
실천해 보니 나는 구체적인 효과 두 가지를 얻었다.
첫째, 아침은 감정에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밤에는 피로해서 생각이 왜곡되고, 낮에는 논리로 감정을 덮어버린다. 하지만 누구와도 대화하기 전, 아침에 써 내려간 글은 매우 솔직하다.
사회적인 가면을 쓰거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전의,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거기에 있다.
그 감정을 먼저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낮에 아무리 주변에 맞춰 행동해도 "하지만 오늘 아침 나는 이렇게 느꼈어"라는 중심이 남는다. 휩쓸려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것이 나에게는 구원이 되었다.
둘째, 나 자신에게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 보면 "아, 나는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나는 이런 때면 늘 이런 패턴에 빠지네" 하며 자신을 관찰하는 시선이 생긴다. 자책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저 "흠" 하고 바라보는 느낌이다.
특히 그 '흥미'라는 거리감이 나에게는 큰 구원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