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제대로 잘해내야 해."
"남들만큼은 따라잡아야 해."
"폐를 끼치는 게 너무 싫어."
우울증과 적응장애를 반복적으로 앓던 시절, 제 머릿속은 늘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너무 무리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우울증을 겪으며 깊이 새겨진 열등감과 뒤처졌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 애쓰게 되었습니다.
잘해내지 못하면 저에게 자리는 없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일을 잘하는 것"이 제가 이곳(직장)에 머물러도 되는 이유라고 믿었습니다.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깨달았습니다. 제가 '강함', 더 정확히는 "일할 때 필요한 강함" 이 무엇인지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한때, 일에서 성과를 내며 잘 지내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강함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좀 버겁네요", "솔직히 이건 자신이 없어요"처럼 자신의 약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줄 아는 능력이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 자체를 잘하지 못해도 괜찮았습니다.
저처럼 우울증과 적응장애와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업무를 처리해 내는 능력'이 아니라, "지금 내 상태를 주변에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 입니다.
마음속에 열등감, 뒤처짐, 책임감을 마구 뒤섞어 놓고 "이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해야지"라는 생각만 되풀이했기에, 도움을 청한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약한 모습을 숨겼고, 현실을 속이는 일이 잦았습니다.
한계를 넘어서면서도 "괜찮아요"라고 말했고, 여유가 전혀 없는데도 있는 척했으며,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강함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 약점이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것" 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약함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사실 나를 더 깊은 고통으로 몰아넣은 건, 그 약함을 누군가와 "공유하지 못하는 무능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약함'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미성숙함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 이것이 "단지 완벽하지 않은 인간적인 면모" 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드러내는 데에는 분명 두려움이 따르겠죠.
"평가받을지도 모른다" 는 두려움입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타인의 눈에서 내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입을 닫게 만듭니다.
이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손해를 본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정신력이 약하다"고 뒷말이 돌았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러니 두렵고 조심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만약 일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능숙하게 드러낼 수 있다면—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상태를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나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선을 넘거나 무관심하게 방치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협력하기 쉬워집니다.
일(팀)은 구성원 각자의 상태가 투명하게 보일 때 훨씬 원활하게 굴러갑니다.
물론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감정을 마구 쏟아내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는 분명한 방법이 있습니다. 누구에게 말할지, 어떤 단어를 쓸지, 타이밍은 언제로 할지—이 균형들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집니다.
반대로 자신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은 '약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공유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일 수 있습니다.
자기 노출의 습관이 자리 잡으면, '일을 잘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뿐입니다.
[→ [note 에서 이어 읽기] 우울증과 적응장애를 피하기 위해—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3 가지 구체적인 팁](https://note.com/tsumugi_utatabi/n/n77786cf90e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