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저는 매년 빠짐없이 '자기申告서(개인 희망 사항 작성 양식)'를 꼼꼼히 적어냈습니다. 제가 원하는 부서나 업무로 배정된 확률은 대략 80~90% 정도였습니다.
20 년 공직 생활을 돌아보며 "그때 해두길 정말 잘했다"고 꼽는 게 있다면, 바로 매년 자기申告서에 제 희망 사항을 제대로 적어낸 것입니다.
단순히 근무 지역만 적은 게 아니었습니다.
어떤 업무를 맡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커리어 경로를 그려가고 싶은지,
왜 하필 그 직무를 희망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인사 담당자가 읽었을 때 제 의도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반드시 근거와 이유를 함께 담았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습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을 보면, 이 양식을 성의 있게 채우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희망 지역이나 직무 칸에 그저 체크 표시만 하고,
선호하는 업무를 딱 한 단어만 적어놓은 뒤,
이유란은 아예 비워두는 식이었죠.
실제로 이렇게 처리하는 동료를 여러 명 보았습니다.
지난 20 년을 되돌아보면,
"의외로 이걸 제대로 쓰는 사람이 정말 없구나"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왜 쓰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어차피 써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인사 발령은 개인의 희망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니까요.
조직의 필요도 있고,
본인의 경력과 역량과의 균형도 맞춰야 합니다.
희망 사항을 적었다고 해서 100% 반영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생각합니다.
안 쓰는 것이 훨씬 더 큰 손해라고요.
적어내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의 속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이번엔 이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역량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발령으로는 이 자리를 희망합니다."
이런 정보가 없다면,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판단하게 됩니다.
"이 사람은 특별히 선호하는 바가 없나 보군."
공무원으로 일하며 저는 열 번 넘게 인사 이동을 겪었습니다.
물론 모든 발령이 제 뜻대로 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 체감하기에도 약 80~90% 는 제가 원했던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 파견을 희망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실제로 해외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콕 집어 요청한 국가는 아니었지만, 유럽 국가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었죠.
"내가 쓴 대로 100% 안 됐네"라며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짜 원했던 핵심 경험을 손에 넣었으니까요.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지금도 저는 확신합니다.
자신의 희망 사항은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요.
물론 현재의 실적이나 역량과 동떨어진 희망이라면 온전히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 자체에 큰 가치가 있습니다.
"어차피 안 될 텐데 뭐"라며 빈칸으로 두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할 재료를 제공해 주는 편이 낫습니다.
적어도 저의 마인드는 그랬습니다.
이는 비단 인사 이동 신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근무 평가나 자기 소개 등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길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제대로 적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장문의 에세이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으면 됩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공무원 인사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내 뜻을 전할지 말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입니다.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내지 않으면, 애초에 귀에 닿지도 않습니다.
20 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며 수많은 인사 이동을 겪어본 제가, "이것만큼은 해두길 정말 잘했다"고 꼽는 이야기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스미가세키(중앙부처)로, 그리고 20 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민간 기업으로 이어진 여정.
여기에 다 담지 못한 생생한 경험담은 Substack 에서 더 나누고 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구독해 주세요.





